100만원 미만 가상자산 출금에서 거래소가 수신 지갑을 어디까지 확인하고 차단해야 하는지가 빗썸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행정소송 쟁점으로 떠올랐다. 빗썸은 구체적인 통제 기준과 기술적 식별의 한계를, FIU는 금액과 관계없이 적용되는 미신고 사업자 거래금지 의무를 각각 내세웠다.

뉴스1과 디지털애셋의 법정 취재 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지난 22일 빗썸이 FIU를 상대로 낸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번 재판은 FIU가 지난 3월 결정한 6개월 영업 일부정지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는 사건이다.

빗썸 측은 100만원 이상 이전 거래에 적용되는 송·수신인 정보 제공 제도인 트래블룰과 달리, 소액 출금에는 같은 수준의 정보 확인 의무가 부과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갑 주소만으로 수신자가 개인인지 미신고 거래소인지 구분하기 어려운데, 당국이 구체적인 차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고의나 중과실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FIU 측은 트래블룰과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금지가 별개의 의무라고 반박했다. 거래금지 의무에는 금액 기준이 없고, 빗썸이 차단에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충분히 적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블랙리스트에 등록한 주소로도 출고가 이어졌다는 주장도 제시했다. 이는 소송 당사자의 주장으로, 법원이 사실관계와 책임을 확정한 판단은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3월 17일 공개한 FIU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FIU는 빗썸이 해외 미신고 사업자 18개사와 총 4만5772건의 가상자산 이전 거래를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FIU는 이를 거래금지 의무 위반으로 보고 제재 근거로 제시했다. 제재심의위원회가 처분을 결정한 날짜는 보도자료 공개 전날인 3월 16일이다.

빗썸의 공식 공지에서도 금액과 무관한 제한 방침은 확인된다. 2022년 8월 25일 게시된 공지는 같은 달 28일부터 당시 지정된 해외 거래소 16곳과의 가상자산 입출금을 금액에 관계없이 제한한다고 안내했다. 해당 게시물은 이후 대상 사업자가 추가되며 갱신됐다. 당시 공지의 16곳과 이번 검사에서 제시된 18개사는 서로 다른 범위의 수치다.

다만 제한 방침을 공지했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출금 당시의 식별 가능성이나 고의·중과실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공방에서는 거래금지 의무의 존재와 함께, 빗썸이 실제로 어떤 확인·차단 조치를 취했고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처분의 범위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FIU가 발표한 6개월 영업 일부정지는 신규 고객의 외부 가상자산 이전, 즉 입출고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발표 당시 처분 설계상 기존 고객의 거래는 제한 대상이 아니었으며, 신규 고객도 가상자산 매매·교환과 원화 입출금은 가능하도록 했다. 거래소의 모든 거래를 중단시키는 처분은 아니다.

법정 취재 보도에 따르면 다음 변론기일은 2027년 1월 28일 오후 4시로 지정됐다. 소액 출금의 식별·차단 조치가 충분했는지와 제재 수준이 적정했는지는 앞으로 재판에서 다뤄질 사안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