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으로 정산하는 일부 파생상품에도 차액결제거래(CFD)의 투자자 보호장치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금 대신 코인으로 거래 손익을 주고받더라도 상품의 경제적 특성과 위험이 같으면 같은 보호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는 12일(현지시간) CFD 상품개입명령의 적용 범위를 정비하고 기존 보호조치를 10년 연장하는 제안을 공개했다. 의견수렴은 오는 11월 9일까지 진행된다.

CFD는 주식이나 통화 등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을 거래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기초자산 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투자자의 손실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현행 호주 CFD 보호체계에는 레버리지 한도, 표준화된 증거금 청산 기준, 계좌 잔액을 초과하는 손실을 막는 보호장치, 특정 거래 유인책 금지가 포함돼 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손익을 정산하는 방식에 따른 규제 공백을 줄이는 데 있다. 기존 명령은 일반적으로 현금이나 거래 당사자 간 상계로 정산하는 파생상품을 대상으로 한다. ASIC는 여기에 디지털자산 이전으로 정산하는 상품을 포함하도록 CFD의 정의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가상자산 파생상품 전체가 자동으로 규제 대상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상품 가치가 결정되고, 정해진 만기가 없거나 통상 만기 전에 종료되며, 보유자가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등 CFD의 다른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ASIC는 만기가 정해진 일부 가상자산 옵션과 선물은 이번 상품개입명령의 적용 범위 밖에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대상 여부는 상품 이름이나 정산에 사용하는 코인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증거금 산정 방식도 명확히 한다. 개정안에는 개인 고객에게 제공하는 각 CFD에 최소 초기 증거금을 별도로 적용하고, 서로 반대 방향인 매수·매도 포지션을 상계해 증거금 요구액을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옵션을 기초로 하는 CFD는 투자자의 최대 손실 범위에 따라 초기 증거금 기준을 구분한다. 최대 손실이 지급한 프리미엄으로 제한되는 경우에는 해당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삼고, 손실이 이를 넘어설 수 있는 경우에는 옵션의 기초자산에 해당하는 증거금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ASIC는 프리미엄을 초과하는 손실에 노출되는 옵션 기반 CFD를 개인 고객에게 계속 제공할 수 있도록 할지에 대해서도 별도로 의견을 구한다. 해당 상품의 금지나 추가 제한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보호조치 연장 배경에는 지속되는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있다. ASIC에 따르면 2023~2024 회계연도 CFD를 거래한 개인 고객의 68%가 순손실을 기록했다. 개인 고객의 총 순손실은 수수료를 포함해 4억5,800만 호주달러를 넘었다. 이는 가상자산 파생상품만을 따로 집계한 수치가 아니라 CFD 시장에 관한 통계다.

한국 독자에게 이번 제안은 해외 파생상품의 보호 수준을 살펴볼 비교 사례가 된다. 코인으로 손익을 정산하는 거래에서도 레버리지 한도와 강제청산 조건, 계좌 잔액을 넘는 손실의 처리 방식이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이다. 다만 호주 규제안만으로 한국 이용자의 계약에 같은 보호가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현행 CFD 상품개입명령은 2027년 5월 23일 만료될 예정이다. ASIC는 이를 추가로 10년 연장할 계획이지만 장관 승인이 필요하다. 디지털자산 정산 상품의 최종 적용 범위와 시행 내용 역시 의견수렴 이후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