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토큰화 주식 거래를 허용하는 규제 실험이 진행되는 가운데, 주주 권리와 거래 과정의 투자자 보호를 구분해서 살펴야 한다는 과제가 떠올랐다. 배당과 의결권이 기존 주식과 같더라도, 주문이 체결되는 가격까지 같은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9월 17일 내놓은 임시·조건부 면제 명령은 일정 요건을 갖춘 토큰화 주식을 허가형 자동화 시장조성자(AMM)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AMM은 투자자가 상대방의 주문 대신 유동성 풀에 예치된 자산을 대상으로 거래하는 구조다.
배당·의결권 같아도 가격보호는 별개
면제 대상 거래소는 취급하는 토큰화 주식이 동일 종류의 기존 주식과 동등한 권리를 제공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배당, 의결권, 회사 청산 시 잔여재산에 대한 권리 등이 포함된다. 주가만 따라가는 합성형 상품까지 모두 이 명령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차이는 거래 규칙에 있다. 면제 조건을 충족하는 거래소에는 미국 주식시장 규정인 ‘Regulation NMS’의 일부 보호장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른 시장의 보호 대상 호가보다 불리한 가격에 거래되는 것을 제한하는 Rule 611도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이를 투자자 보호 전체의 폐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SEC는 기초 주식이 주 상장거래소에서 거래 정지되면 토큰화 주식 거래도 함께 멈추도록 하는 등의 조건을 뒀다. 사기·시세조종 관련 규제도 별도로 적용된다.
화면에 보이는 주가와 실제 체결가는 다를 수 있다
거래소가 외부 주가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서 그 가격으로 주문이 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 정보를 어디에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
OKXICE가 공개한 거래소 설명서는 이 차이를 보여준다. 해당 문서는 AMM 풀의 자산 비율로 거래 가격이 결정되며, 스마트계약은 외부 오라클이나 시장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오라클은 외부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전달하는 서비스다.
외부 데이터는 별도로 쓰인다. 기초 주식의 달러 표시 가치를 화면에 보여주고, 원주식 시장의 거래 정지를 감지하는 용도다. 설명서에는 Massive.com이 주가와 거래정지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투자자가 화면에서 확인한 참고 가격과 실제 매매 가격의 관계를 따져야 한다. 주가를 보여주는 기능과 체결 가격을 제한하는 장치는 서로 다른 기능이다.
오라클 평가기준 요구…업계 이해관계도 확인해야
가격 데이터 사업자인 Douro Labs는 지난 9일 SEC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특정 사업자에 치우치지 않는 외부 데이터 평가 원칙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안에는 데이터 제공자의 독립성, 가격 집계 방식의 투명성, 외부 시장 기준과의 비교 등이 담겼다. 데이터가 오래됐거나 불확실해졌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공개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SEC가 확정한 새 기준이 아니라 업계의 정책 제안이다. Douro Labs는 Pyth Network 기여자이자 가격 정보 서비스 Pyth Pro의 개발·운영사로, 관련 기준 마련에 사업상 이해관계가 있다.
증권사의 최선집행 의무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거래소의 규제 면제와 고객 주문을 처리하는 증권사의 의무도 구분해야 한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의 Rule 5310은 회원사가 적용 대상 고객 거래를 처리할 때, 당시 시장 상황에서 고객에게 가능한 한 유리한 가격을 제공할 시장을 찾도록 합리적인 주의를 요구한다. 시장 특성, 주문 규모, 호가 접근성 등도 고려 대상이다.
따라서 거래소가 일부 가격보호 규정을 면제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주문을 처리하는 FINRA 회원사의 최선집행 의무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투자자가 풀에 직접 접속한다면 어떤 중개기관이 주문을 처리하고 책임지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토큰화 주식의 투자자 보호는 보유 권리와 거래 경로를 함께 봐야 이해할 수 있다. 배당과 의결권을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어떤 가격으로 체결되는지와 데이터 장애 시 누가 거래를 멈추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