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나 채권을 블록체인 위의 토큰으로 만들면 투자자는 더 쉽게 사고팔 수 있을까. 자산을 작은 단위로 나누고 이전하는 기술이 발전해도,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는 시장까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프랭클린템플턴과 애니모카브랜즈 연구진은 8일 공개한 공동 보고서에서 토큰화만으로 투자 수요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에 더해, 투자자가 토큰을 보유할 이유와 거래에 참여할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물자산 토큰화, 이른바 RWA는 부동산·채권·펀드 등과 연결된 권리를 디지털 토큰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상품 구조에 따라 소액 투자와 빠른 이전, 분배금 지급 자동화 등이 가능하다. 그러나 토큰을 발행하는 능력과 투자자가 이를 현금화하는 능력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작게 나눠도 매수자는 필요하다

보고서는 자산을 작은 단위로 나누면 잠재적 투자자층을 넓힐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구매 이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투자자가 얻는 수익과 활용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상품을 예로 들면, 투자 단위가 작아져도 임대수익과 비용, 건물 가치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필요하다. 매각을 원하는 시점에는 해당 조건을 받아들일 다른 투자자가 있어야 거래가 성립한다.

이때 유동성은 단순히 거래 버튼이 있는지를 뜻하지 않는다. 원하는 수량을 어느 정도의 시간 안에, 얼마나 큰 가격 손실 없이 처분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거래 화면에 가격이 표시돼 있어도 실제 매수 주문이 부족하면 그 가격으로 팔기 어려울 수 있다.

블록체인에서 토큰을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매매 성립을 보장하지 않는다. 전송은 보유자를 바꾸는 기술적 과정이고, 매매에는 가격에 합의한 상대방과 대금이 필요하다.

발행 규모와 거래 활력을 구분해야

토큰화 상품의 성장성을 판단할 때는 발행액이나 예치자산 규모와 함께 실제 거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발행액은 얼마나 많은 자산이 상품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준다. 반면 거래량과 거래 빈도는 보유자가 얼마나 자주 바뀌는지를 나타낸다. 자산 규모가 커도 투자자가 대부분 장기 보유하고 있다면, 매매시장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다만 거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상품이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정기적인 현금흐름을 받거나 만기까지 보유하려는 투자자가 많은 상품은 빈번한 거래를 목적으로 하지 않을 수 있다. 상품이 약속한 현금화 방식과 실제 운영이 일치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거래시장을 운영한다면 매수·매도 호가의 차이, 주문 규모별 가격 변동, 실제 거래 참여자 수 등이 판단에 도움이 된다. 특히 거래량은 일부 참여자의 반복 매매로도 커질 수 있어 숫자 하나만으로 시장의 깊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다른 투자자에게 파는 것과 상환받는 것은 다르다

현금화 경로도 구분해야 한다. 유통시장에서 다른 투자자에게 토큰을 파는 방식과, 상품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 상환을 신청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시장 매도는 매수 주문과 거래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상환은 상품 약관에 정해진 신청 자격과 처리 일정, 기준가격, 지급 수단 등에 따라 진행된다. 유통시장이 작더라도 상환 경로가 작동할 수 있고, 반대로 거래가 가능하더라도 상환에는 별도의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미국 단기 국채 등에 투자하는 온도파이낸스의 OUSG는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회사의 공식 상품 안내에 따르면 OUSG는 일정한 투자자 자격과 가입 절차를 충족한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며, USDC를 이용한 24시간 발행·상환 기능을 제공한다. 토큰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함께 이를 받아주고 대금을 지급하는 구조가 마련돼 있는 것이다.

온도는 2025년 공개한 운영 사례에서 한 상환 경로의 즉시 유동성이 제한됐을 때 추가 경로를 활용해 OUSG 상환을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는 빠른 현금화가 토큰 발행 기술뿐 아니라 유동성 공급 수단과 운영 체계에도 의존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특정 상품의 상환 기능을 모든 RWA 상품에 적용할 수는 없다. 투자 대상과 참여 자격, 상환 조건은 상품마다 다르다. 스테이블코인으로 상환받는 것과 은행 계좌에 원화를 받는 것 역시 별도의 과정이다.

한국 독자가 확인할 것은 ‘나오는 방법’

이 문제는 한국 독자가 토큰화 상품이나 조각투자를 살펴볼 때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상품이 모두 같은 법적 구조를 갖거나 자유로운 온체인 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상품 설명에서는 무엇을 소유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자산의 직접 소유권인지, 수익을 받을 권리인지, 펀드 지분인지에 따라 투자자의 권리와 현금화 방식이 달라진다.

그다음은 보유를 끝내는 방법이다. 다른 투자자에게 팔 수 있는지, 매수자가 없을 때 상환을 신청할 수 있는지, 만기나 기초자산 매각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처리 기간과 수수료, 가격 산정 방식도 함께 확인할 항목이다.

공동 보고서는 시장의 성장 조건으로 가격 형성, 거래비용, 결제·보관 체계와 기관 수준의 통제 장치 등을 제시했다. 발행사와 투자자, 거래 기반을 연결해야 토큰화의 편익이 실제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토큰화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연구진이 작성한 자료다. 보고서에는 양사의 전략적 협력과 잠재적인 경제적 이해관계가 명시돼 있다.

RWA 시장을 평가할 질문은 ‘얼마나 많은 자산을 토큰으로 만들었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투자자가 그 자산을 왜 보유하고, 보유를 끝내려 할 때 어떤 절차와 가격으로 회수할 수 있는지가 시장의 실질적인 작동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