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0일 발생한 대규모 암호화폐 청산 사태가 1년을 맞았다. 거래소들은 담보 평가와 위험 관리 보완에 나섰지만, 급변장에서 손실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하는지를 둘러싼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Galaxy Research는 9일 공개한 회고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적 기반과 토큰 설계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시 청산 과정에 대한 충분한 공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같은 충격을 막을 장치가 갖춰졌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4시간 동안 190억 달러 이상 청산
Galaxy의 당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0일 미국의 대중국 추가 관세 위협 이후 약 24시간 동안 190억 달러 이상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됐다. 이 금액은 청산된 계약의 명목 규모로, 투자자가 잃은 증거금이나 실제 손실 총액과는 구분된다.
충격을 키운 요인 중 하나는 담보 자산의 가격 괴리였다. 바이낸스에서는 USDe가 한때 약 0.65달러까지 하락했고, 이더리움·솔라나 관련 자산인 WBETH와 BNSOL도 기초자산 대비 큰 폭의 할인 가격에 거래됐다.
담보 가격이 떨어지면 계좌의 증거금 여력이 줄어든다. 여기에 매수 주문 부족까지 겹치면 강제 매도와 가격 하락이 서로를 증폭시킬 수 있다. 당시 Galaxy는 높은 레버리지와 얇은 호가창이 결합한 시장 구조를 사태의 주요 배경으로 분석했다.
바이낸스, 담보 가격 산정 보완 발표
바이낸스는 사태 직후인 지난해 10월 11일 USDE·BNSOL·WBETH를 담보로 사용하다 가격 괴리의 영향을 받은 이용자에 대한 보상 방침을 발표했다.
재발 방지 조치로는 세 자산의 가격지수 산정에 상환 가격을 반영하고, USDE 지수에 최저 가격 기준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위험 관리 매개변수의 검토 주기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치는 거래소 내부의 일시적인 가격 왜곡이 담보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대응이다. 다만 해당 공지는 당시 발표한 개선 방향을 보여주는 자료로, 동일한 충격에서도 청산 위험이 충분히 통제된다는 검증 결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익 중인 포지션도 종료되는 ADL
자동 디레버리징(ADL)은 일반적인 강제청산과 구분해야 한다. 손실 계좌의 포지션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부족분이 발생하면, 반대편에 있는 다른 이용자의 포지션까지 강제로 축소하거나 종료하는 장치다.
하이퍼리퀴드 공식 문서는 계좌 가치나 격리 포지션 가치가 음수가 되면 반대편 이용자를 미실현 손익과 레버리지 등에 따라 정렬하고, 해당 포지션을 종료한다고 설명한다.
플랫폼의 지급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안전장치지만, 이용자에게는 수익 중인 포지션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종료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자산의 손실을 상쇄하려고 보유한 포지션이 종료된다면 전체 위험 관리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 개선과 청산 위험 해소는 다른 문제
Galaxy는 올해 회고에서 일부 거래소의 청산 체계와 증거금 요건, 가격 정보를 전달하는 오라클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규제와 토큰 설계의 변화도 시장의 장기적인 기반을 강화하는 요소로 봤다.
그러면서도 ADL과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시장 깊이, 여러 거래소에 흩어진 유동성 위에서 비슷한 방향으로 쌓이는 레버리지 문제는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Galaxy 연구팀의 평가다.
거래소가 개선책을 발표했는지와 실제 위기에서 그 장치가 작동하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담보 평가에 어떤 가격을 쓰는지, 청산 주문을 받아줄 유동성이 부족하면 어떻게 처리하는지, ADL의 대상과 순서는 무엇인지가 핵심 확인 항목이다.
1년 전 사태 이후 위험 관리 규칙은 보완됐다. 그 효과를 판단하려면 변경된 규칙뿐 아니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위기 발생 시 처리 기록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