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사 메타플래닛이 비트코인을 매도한 뒤 더 높은 가격에 다시 사들였다. 보유량을 줄이려는 거래가 아니라, 필요할 때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꿀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는 기업에도 현금 조달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드러낸 사례다.
1만 BTC 매도 후 1만1,000 BTC 매입
메타플래닛의 지난 5일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3분기 중 1만 BTC를 매도하고 이후 별도 거래로 1만1,000 BTC를 매입했다. 순증 물량은 1,000 BTC이며, 9월 말 보유량은 4만4,000 BTC다.
평균 매도가는 BTC당 1,247만98엔, 평균 매입가는 1,362만6,928엔이었다. 두 평균 가격의 차이에 매도 물량 1만 BTC를 적용하면 약 115억6,830만 엔이다. 거래비용과 세금 효과를 반영하지 않은 단순 계산으로, 확정 회계손실을 뜻하지 않는다.
회사는 약 9,700만 달러의 이연법인세자산을 인식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다만 감사인이 확인하지 않은 예비 추정치로, 인식 여부와 금액은 미정이다. 이연법인세자산은 향후 세 부담을 줄일 가능성을 회계에 반영하는 항목으로, 즉시 쓸 수 있는 현금과는 다르다.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과 현금으로 갚는 것은 다르다
메타플래닛은 이번 거래가 신용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향후 자금 조달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각대금으로 기존 채권이나 차입금을 상환한 것은 아니며, 해당 의무는 기존 조건대로 남아 있다.
이번 거래만으로 신용등급 취득이나 조달비용 인하가 확정된 것도 아니다. 회사 역시 향후 등급과 금융 조달 조건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자산이지만 기업의 현금 지급 의무를 자동으로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상환일에 필요한 금액을 확보하려면 보유 자산을 매각하거나, 영업으로 현금을 벌거나, 새로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가격이 하락한 시기에 지급일이 겹치면 같은 금액을 마련하는 데 더 많은 비트코인을 팔아야 할 수 있다. 담보로 제공한 자산이라면 매각이나 이전에 제약이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증자도 기존 주주에게 비용이 될 수 있다
현금을 마련하는 다른 방법은 주식 발행이다. 다만 조달 조건에 따라 기존 주주의 지분율과 주당 자산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회사의 주가가 보유 순자산 가치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면 증자를 통한 자산 확대가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그 프리미엄이 줄면 같은 금액을 조달하기 위해 더 많은 주식을 발행해야 한다. 비트코인 총보유량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존 주주의 경제적 몫도 개선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선주와 차입금도 조건을 살펴야 한다. 우선주의 배당·상환 조건은 상품마다 다르며, 차입에는 이자와 만기 부담이 따른다.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에 따라 장기 보유 전략을 유지하는 비용도 달라진다.
보유량과 함께 봐야 할 것은 지급 일정
국내 상장사의 디지털자산 보유 전략을 평가할 때도 비트코인 수량만으로 재무 여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용 가능한 현금, 영업현금흐름, 부채 만기, 담보 설정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특히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거나 신규 조달이 막혔을 때 향후 현금 수요를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증자와 자산 매각 가운데 어떤 선택이 기존 주주에게 유리한지도 당시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메타플래닛의 매도·재매입은 강제청산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니다. 다만 비트코인을 오래 보유하려는 기업일수록, 필요할 때 현금을 확보할 방법과 그 비용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