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이 디지털화폐 이용자의 신원과 결제정보 노출을 줄이면서 금융범죄 대응 기능을 유지하는 기술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결제 처리에 참여하는 기관마다 필요한 정보만 확인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BIS는 13일 ‘프로젝트 Aurum 2단계’ 보고서를 발표했다. BIS 혁신허브 홍콩센터가 홍콩금융관리국(HKMA), 홍콩이공대, 홍콩응용과학기술연구원(ASTRI)과 함께 진행한 연구다. 실제 서비스 출시가 아닌 실험용 시제품의 설계와 한계를 다뤘다.

연구진은 암호화와 가명, 영지식증명 등을 결합했다. 영지식증명은 민감한 정보를 그대로 공개하지 않고도 특정 조건이 충족됐음을 입증하는 기술이다. 프로젝트는 완전한 익명성과 모든 거래정보의 공개 사이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규제 준수가 가능한 방식을 탐색했다.

개인정보 보호 수준은 국가별 정책과 위험 관리 기준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BIS는 보호 장치를 서비스 도입 이후 추가하는 대신 처음부터 시스템에 반영하는 접근을 제시했다.

은행에는 신원 남기고, 불필요한 공유는 제한

일반 이용자는 은행에서 신원 확인을 거친다. 이후 결제에는 가명을 사용하며, 중앙은행과 거래 검증기관이 고객의 신원이나 거래금액을 일상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정보를 분리한다.

다만 거래은행에 대해서까지 익명인 구조는 아니다. 적법한 조사에서는 은행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의심스러운 입금분만 잠그고 나머지 자금은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소비자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를 수집하는가’뿐 아니라 ‘누가 어떤 조건에서 열람하는가’다. 국내 디지털화폐 논의에서도 가입 시 신원 확인, 결제 과정의 정보 공유, 조사 목적의 접근을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속도 높이면 일부 연결정보 노출…복구도 한계

성능 개선에는 대가가 따른다. 여러 코인을 합치는 일괄 처리 방식은 계산 부담을 줄이지만, 검증기관이 직전 단계 거래와의 연결을 일부 파악할 수 있다.

GPU를 활용한 실험에서 입력 코인 한 개의 증명 생성시간은 0.4초로 줄었다. 이는 특정 시험환경의 계산시간으로, 전체 결제가 0.4초 만에 끝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대 익명성 설정에서는 지갑과 실제 신원을 연결하지 않아 접근권한을 잃으면 자금을 복구할 수 없다. 보고서는 시제품이 상용화 준비를 마친 모델이 아니며, 개인정보 보호와 사용 편의성·운영 성능 사이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