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이 비트코인을 담보로 활용한 법인 원화대출을 시범 실행했다. 가상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기업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은행 여신 사례가 나온 것이다. 다만 일반 고객이 신청할 수 있는 정식 비트코인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한 단계는 아니다.

12일 이데일리는 전북은행이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연계 원화대출을 취급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매일경제는 기존 기업대출 1건에 비트코인을 담보로 적용한 시범 사례이며, 별도 상품 출시나 일반 고객 대상 서비스 개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은행이 직접 보관하지 않는 담보 구조

보도된 대출 구조는 담보 자산의 보관과 은행의 여신 업무를 분리한 것이 특징이다. 비트코인은 전문 보관·관리업체가 관리하고, 은행은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 방식이다. 자금 용도는 법인의 사업운영자금으로 제한됐다.

채무불이행으로 담보권을 실행해야 할 때도 은행이 비트코인을 직접 넘겨받는 방식은 피했다. 법원의 매각명령 등 집행절차를 통해 현금화하고, 매각대금으로 대출채권을 회수하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가상자산 보유를 은행의 자금 공급과 연결하려는 시도다. 다만 보관 업무를 외부에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담보 관리와 회수 과정의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격 평가와 실제 회수 금액은 다를 수 있다

전북은행은 복수 글로벌 거래소 시세와 시장 변동성을 반영한 담보 평가 체계를 마련하고, 비트코인 급락 상황을 가정한 자체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보도됐다.

여러 거래소의 가격을 참고하면 특정 거래소의 일시적인 가격 왜곡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평가에 사용한 기준가격과 실제 담보를 매각해 확보하는 금액은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담보가치를 평가한 뒤 실제 처분하기까지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면 회수 가능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매각 규모와 당시 유동성, 집행에 걸리는 시간도 영향을 준다. 법적 회수 경로의 존재와 필요한 시점에 충분한 금액을 회수할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담보비율·추가 담보 조건이 핵심

대출의 위험을 판단하려면 비트코인을 담보로 인정했다는 사실 외에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담보가치 대비 얼마까지 빌려주는지, 가격 하락 시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지, 어떤 조건에서 담보권을 실행하는지가 중요하다. 담보 평가 주기와 가격정보 장애 시 처리 방식, 보관업체의 출금·이전이 지연될 때의 대응도 확인 대상이다.

THE B JOURNAL은 실제 계약서나 상품설명서를 확보하지 못해 담보인정비율, 금리, 추가 담보 요구 기준을 확인하지 못했다. 따라서 자체 테스트를 진행했다는 사실만으로 급락장에서의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상자산 금융 확대, 운영 경험이 관건

기업은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도 원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대출에는 이자와 상환 의무가 따른다. 담보 가격 하락에 따른 부담까지 고려하면 자산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 항상 유리한 선택은 아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기존 기업 신용평가에 더해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 전문 보관업체의 운영, 담보권 실행 절차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이번 사례의 의미는 비트코인이 은행 여신의 담보로 활용됐다는 데 있다. 향후 확대 가능성을 판단할 기준은 ‘은행권 최초’라는 수식어보다 실제 담보 관리와 회수 경험, 구체적인 대출 조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