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금융자산이 디지털 토큰과 금융앱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표현한 편집 일러스트. 실제 토스 앱이나 출시 상품 화면이 아니다. THE B JOURNAL · AI 생성.
주식·채권 등을 블록체인상의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하는 토큰화 자산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회사의 경쟁력이 상품 발행뿐 아니라 고객에게 이를 전달하는 유통과 위험관리 역량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 금융앱에 상품을 연결하면 접근성을 높일 수 있지만, 투자자가 갖는 권리와 환매 조건, 외부 서비스의 운영 위험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토스의 금융경영연구소 토스인사이트가 16일 발간한 ‘DeFi·토큰화 자산: 전통 금융과 온체인 금융의 연결’ 보고서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유통 관점에서 해외 사업 모델을 분석했다. 김현만이 집필한 이 보고서는 토스증권의 연구 의뢰로 작성됐으며, 내용은 토스증권과 토스인사이트의 공식 견해가 아닌 집필자의 견해라고 명시했다.
보고서가 인용한 RWA.xyz 집계에 따르면 올해 9월 초 토큰화 자산의 온체인 유통액은 약 391억달러로, 지난해 말 약 186억달러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9월 10일 기준 세부 표에는 약 391억5000만달러로 제시됐다.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하고 실제 블록체인에서 이전할 수 있는 자산의 유통 가치를 집계한 수치로, 거래량이나 10월 현재 시장 규모를 뜻하지 않는다.
자산 구성은 채권류에 집중됐다. 미국 국채가 약 158억6000만달러, 사모신용과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을 포함한 신용 부문이 약 79억8000만달러로, 두 부문이 전체의 약 61%를 차지했다. 주식은 약 29억달러로 7% 안팎이었다. 보고서는 이자 등 수익 흐름이 비교적 명확한 달러 표시 자산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시장 확대를 읽을 때 집계 기준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토큰을 보유한 주소 수가 실제 투자자 수와 같지 않으며, 블록체인상의 이전액에는 지갑 간 이동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주소가 늘거나 이전액이 커졌다는 사실만으로 고객 수나 매매 수요가 같은 폭으로 증가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보고서가 주목한 변화는 개인투자자가 토큰화 자산과 탈중앙화금융(DeFi)을 접하는 방식이다. DeFi는 블록체인상의 프로그램으로 대출·거래·운용 등을 처리하는 서비스다. 해외에서는 이용자가 이러한 프로그램에 직접 접근하는 대신 기존 거래소나 금융앱을 통해 상품을 이용하는 구조가 확산하고 있다.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 담보 대출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객은 코인베이스 앱을 이용하지만, 실제 대출 실행에는 외부 DeFi 프로토콜인 모르포가 활용된다. 크라켄의 DeFi 수익 상품은 베다의 볼트 인프라와 별도 위험관리 사업자의 자산 배분 기능을 결합한다. 고객을 상대하는 앱과 자금을 운용하는 시스템이 나뉘는 방식이다.
토큰화 자산의 유통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됐다. 로빈후드·크라켄 같은 거래앱은 기존 투자 고객에게 상품을 추가하고 거래 수수료나 매수·매도 가격 차이 등에서 수익을 얻는다. 누뱅크·레볼루트 같은 종합 금융앱은 결제·예금·투자를 연결해 고객이 여러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도록 한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BENJI는 운용사가 토큰화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사례다.
다만 고객을 확보한 유통사가 항상 더 많은 수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거래가 잦은 상품에서는 거래 중개 수익이 중요하지만, 장기간 보유하는 펀드에서는 잔고에 따라 부과되는 운용보수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같은 자산이라도 거래를 중개하는지, 판매를 대행하는지에 따라 수익 배분이 달라진다는 분석이다.
일반 투자자의 접근 범위 역시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토큰을 소액으로 나눠 최소 투자금을 낮추더라도 사모펀드 등에 붙는 투자자 자격 요건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토큰화 주식도 실제 주주 권리가 이어지는 상품과 발행사에 대한 계약상 청구권을 갖는 상품을 구분해야 한다. 기초자산을 담보로 보유한다는 설명만으로 파산 시 회수 가능성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외부 서비스에 운용을 맡겨도 위험은 남는다. 보고서는 자동 거래 프로그램인 스마트 계약의 결함, 외부 가격 정보의 오류, 자산을 움직이는 개인키 관리와 서명 절차 등을 점검 대상으로 제시했다. 여러 거래소와 블록체인에 거래가 분산되면서 가격 차이가 커지거나, 토큰의 환매 일정과 기초자산의 결제 시점이 맞지 않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회사에는 해외 사례의 사업성뿐 아니라 국내에서 제공할 수 있는 상품과 업무 범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보고서는 토큰화 증권과 가상자산 기반 DeFi 서비스의 규제 체계를 구분하고, 해외에서 개인에게 제공되는 상품이라고 해서 한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김현만은 보고서에서 금융회사가 상품별 권리 귀속과 수탁·거래·환매 구조를 명확히 한 뒤 고객에게 돌아가는 추가 가치와 위탁 비용·위험을 검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큰화 자체가 기초자산 이상의 수익을 만드는 것은 아니며, 같은 자산과 운용전략이라면 추가 비용이 오히려 수익률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사업 가능성이 실제 고객 수요와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공개 자료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